따뜻한하루

“인아메스기날레니(감사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강뉴부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2분이 오셔서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때 전투병력을 파견한 16개국 중 하나다.
당시 셀라시에 황제는 자신의 친위대를 직접 ‘강뉴(Kagnew)부대’로
재편성해 5차례 6037명을 파견했다.

강뉴부대는 강원도 화천 일대에서 250여 차례 전투에 참여해
모두 승리한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전쟁 말기에는 월급을 모아 전쟁고아를 돌보는 기관도 세웠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전용사들은 셀라시에 정권의 부역자로 몰렸다.
재산을 몰수당하고 거리로 쫓겨났다.

90년대에 들어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정치·경제적 이유로 예우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NGO 따뜻한하루(김광일 대표)가 생존한 190여명의 참전용사를 찾아다니며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생활비를 전달했다.
경북 포항 양포교회(김진동 목사)는 참전용사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경기도 부천 길과빛교회(배철 목사) 성도들도
매달 성금을 모으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13일 입국한 두 참전용사는
서울 전쟁기념관과 제주도, 부산 유엔기념공원 등을 돌아본 뒤 26일 출국한다.
테세마 회장은 “52년 5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다음 날 총을 메고 한국행 배에
오르던 순간부터 다시 돌아오던 때까지 한순간도 잊을 수 없다”며
“아무것도 없던 절망의 땅에서 희망을 만들어낸 한국인들을 존경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게브레메스켈 부회장도 “최근 한국에 평화와 통일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는 사실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강뉴의 시선에는 항상 한국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길과빛교회 성도 김태준(40)씨는
“에티오피아는 단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인 줄만 알았다”며
“알지도 못하던 나라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그들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성호(63)씨는 참전용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한씨는 “참전용사들께 뭐라도 성의를 표시하고 싶었다”며
“그들을 계속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뜻한하루는 매년 모인 성금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분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김광일 대표는 “한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예우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민일보 황윤태 기자 –